반려동물 지출이 5년 만에 2배 오른 이유

2019년 4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 지출은 5,681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2분기에는 11,624원으로 뛰었습니다. 물가가 올랐거나 반려동물을 더 많이 기르기 시작한 걸까요? 숫자 뒤에 숨은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관련용품 지출 추이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관련용품 지출 추이

가구 수는 거의 늘지 않았는데 지출만 2배 증가했다

2019년 4분기와 2024년 4분기를 견주면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같은 기간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6.4%에서 28.6%로 2.2%포인트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5,681원에서 8,930원으로 약 57% 올랐습니다. 가구 수의 증가만으로는 이 지출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더 놀라운 건 최근입니다. 2025년 4분기의 지출액은 13,115원으로, 2019년 같은 분기 5,681원의 2.3배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양육 가구 비율이 조금씩 늘어나는 동안, 각 가구의 지출은 급격히 뛰어올랐다는 뜻입니다. 이는 양육자들의 선택 자체가 변했거나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시사합니다.

반려동물이 ‘선택지’에서 ‘주류 생활방식’으로 옮겨갔다

여기서 한 가지 변화를 놓치면 안 됩니다. 이 기간 반려동물 양육은 소수자의 선택이 아니라 대다수의 생활방식이 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 따르면 양육 가구 비율이 2019년 26.4%에서 2025년 29.2%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동물병원 이용 경험 비율은 2021년 73%에서 2025년 95.1%로 급증했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그들 대부분이 병원을 찾고 있다는 뜻입니다.

산업이 주류를 상대로 성장할 때 시장은 다양해집니다. 기본적인 사료와 물품만 파는 시대에서 프리미엄 용품, 전문 서비스, 고급 케어 상품까지 갖춘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면 평균값은 자연스레 올라갑니다. 가장 저렴한 사료를 쓰던 사람이 조금 더 좋은 것을 고르기 시작하거나, 원래 없던 서비스(미용, 훈련, 펫 호텔)를 새로 이용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물가 인상이 아니라 소비 구조 자체가 고급화되었다

지출 증가의 원인이 정말 물가일까요?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2024년 반려동물 1마리 월평균 양육비용 약 12만 1,000원의 구성을 보면, 사료·간식에 3만 9,900원(32.8%), 병원비에 3만 6,800원(30.3%), 미용·위생에 2만 1,000원(17.3%)이 들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본 용품의 가격이 올랐다면 사료 항목이 절대적이어야 하는데, 병원비와 미용비가 거의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NH농협은행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연 50만원 이상의 펫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2020년 대비 2024년에 4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펫 호텔, 고급 미용, 스킨케어 같은 서비스가 늘어났고, 많은 사람이 이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 물가 상승이 아니라 반려동물 양육의 의미 자체가 변했다는 신호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관련용품 지출 주요 수치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관련용품 지출 주요 수치

반려동물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의 표현’이 되었다

이 변화가 얼마나 큰지 시장 전체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3차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원에서 2032년 예상 21조원으로 2.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순한 산업 확장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세계, 롯데, 현대 같은 대형 유통사들이 반려동물 전용 존을 확대 오픈하고 있고, 펫 동반 입장이 가능한 카페와 식당이 급증한 것도 이 변화의 일부입니다.

반려동물 양육은 더 이상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주는’ 정도의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경제 능력을 드러내는 문화적 선택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기본 사료만 주고, 누군가는 전문 브랜드 밥을 주고, 또 누군가는 맞춤 영양 상담까지 받습니다. 이 모든 선택이 가능해진 덕분에 평균 지출액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2019년 예산으로는 2026년을 살 수 없다

만약 지금 반려동물을 들이려고 생각 중이라면, 2019년의 기준은 버려야 합니다. 그 당시 월평균 지출액 5,681원은 이제 ‘최저 수준’이 아니라 관련 서비스가 없던 시대의 수치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월 1만 원 남짓, 커피 두 잔 값 정도면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다고 예상하면 현실과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6년 2분기 기준 월평균 지출 11,624원은 이미 시장의 평균이며, 많은 양육자가 월 13,0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미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라면 다른 질문이 필요합니다. 지출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펫 프리미엄 서비스는 선택이지만, 병원비는 다릅니다. 동물 건강보험 가입, 응급 상황에 대비한 저축, 고급 사료에서 기본으로의 전환 같은 선택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양육 방식을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펫 산업 진출을 계획한다면 고급화 추세를 외면할 수 없다

반려동물 시장에 관심 있는 예비 창업가나 기업이라면, 지금 보이는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육 가구가 증가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개별 가구의 지출 증가 속도는 빠릅니다. 이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보다 기존 고객의 지갑을 더 크게 여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기본 제품만으로는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나 전문성이 있는 분야가 성장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한 가지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산업의 고급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지만, 그 와중에 기본적인 양육 비용이 지속 불가능해지는 순간, 시장 전체의 신뢰는 훼손될 수 있습니다. 가구 소득에 비해 반려동물 양육비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기존 양육자들이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반려동물·관련용품 지출 최근 흐름
시점
201901 6107.307
201902 5645.46
201903 5577.272
201904 5681.232

자료: 통계청 KOSIS

※ 본 내용은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참고 자료입니다.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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